2014. 9. 4. 02:57

고 김지순 할아버지의 얼굴

김지순 할아버지의 얼굴

 

                     백동흠

순간이 영원히 되어
본향으로 가셨습니다.

평안한 모습으로
밝은 얼굴로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가시는 모습 보니
모든 것이 다
고맙고
고마웠나 봅니다.

사랑도 아픔도
하나의 씨줄과 날줄 되어
예쁜 수공예 모습이
되게 했나 봅니다.

더 관심 가져 주고
더 찾아뵙지 못하고
더 많이 섬겨 주지 못한
마음이기에 안타까워하며
마음으로 아파하는데

아니다
그게 아니다
내 너희들의 사랑과 관심에
이렇게 평안하게 갈 수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고맙다
고마워
정말 고맙구나!
이렇게 여러 번을 말해 주는 듯
행복한 그런 얼굴로
떠나 가셨습니다.

죽은 이의 얼굴에서
왜 이리 위로가 되며
소망이 되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
죽은 이의 모습을 종종 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다지도 평온하고 밝은 모습으로
돌아가신 분의 모습을 보기도 흔치 않은 듯합니다.
얼마나 순하고 밝은지........
전에 교회의 기도막사에서 손을 높이 들고
“이제 깨달았습니다. 예수님을
저의 구주로 영접하겠습니다.“
라고 하면서 주님을 영접할 때의
밝은 그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모습으로 주님의 나라로 가신 것입니다.
8월 24일 (주일) 저녁 6시의 장례 예배의 시간은
온통 주의 위로와 하늘의 소망이 넘치는
그런 예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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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民草)

민초((民草)

             백동흠

거친 세파
험한 세상에
뿌리는
깊이 박혔고

터전이
삭막하였기에
모질게 자랐어라

때론
모나기도 하고
설움 섞인
반항도 있었지만

밟히고
눌리는 고통 속에
인내를 배웠고

이리 휘고
저리 휘는
바람 속에
순리를 알았어라

설령
기약된 미래가
없다
하더라도

오늘도
묵묵히 운명에
순복하며

그의 삶을
가는
생명이여!

여전히
모진 세파    
온 몸으로 받으며

굳세게
그 땅위에  
서 있었어라  

詩作노트
세월호의 아픔을 느끼면서 오래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한국 우리 교회의 옆 동네는 달동네라고 할 수 있는                              꼬방마을이 있었습니다.
전 그 곳을 많이 사랑했습니다.
그 때 사귄 광일이나 상민이 같은 어린 꼬마들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그 동네의 모습은 미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서 느끼는 것이 있었습니다.
표정은 굳어 있으나 따스함이 있었으며
언어는 거칠었지만 진실함이 있었습니다.
환경은 가난하게 보였으나                                                               정말 성실함과 우직함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눈뜨고 당하는 아픔과 아무리 애를 써도 비빌 언덕을 찾지 못하는           절망과 방황이지만
결국 이분들이 그 땅을 지키고 있음을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뿌리를 깊이 내려 그 땅을 지켜 주는 분들이 누구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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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동흠

참이 참일 수 있다면
그 참을 굳게 지키렵니다.

달콤한 유혹이
뼈아픈 고통이

혹독한 실망이
끝내 그 손을 놓게 하더라도

그것이 참이라면
아주 굳게 지키렵니다.

그러니 주님!
실망 마시고 힘내세요. 녜?
그리고 힘주세요!

 ***
시작노트

무슨 뜻의 시인지 아시겠는지요?
오늘 진실의 선이 어디 있는지
진정한 “참”이 어디 있는지
참 많이 혼동과 혼란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그것을 지키기가 심히 어려운 시절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달콤한 유혹에
어떤 사람은 너무 힘들고 어려워서
어떤 사람은 너무나 혼동스러워서
어떤 사람은 다들 그러니 나도……. 라고 하면서
그 손을 놓아 버렸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 때 나 하나만이라도 이렇게 말했으면 합니다.

“주님 실망하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제가…….”

우리 시대의 하나님의 사람으로
굳게 그 자리를 지키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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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  

                     백동흠

그저 별말 없이 거기에
계셔 주기만 해도 든든했던
그 이름이 아버지였습니다.

등 한번 두드려 주기만 해도
위로가 되었던
그 이름이 아버지였습니다.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웃어 주시며  
희망이 되게 했던
그 이름이 아버지였습니다.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서
울타리가 되고
따스한 보금자리가 되게 한
그 이름이 아버지였습니다.

그 아버지가 계셨기에
우리가 있고 가정이 있고
대한민국이 있었습니다.

우린 몰랐습니다.
웃는 얼굴 속에 주름이 깊어지고
속으로 눈물지으며
아무도 모르게 긴 밤을 지새우신
그 아버지의 마음을

먼 훗날
아버지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의 마음을
알았습니다.

아버지…….


***

우리 시대의 영웅이신 아버지의 이름이
지금의 세대에서는 왜 이리 힘이 없어지고
초라해 지셨는지를 모를 일입니다.

조용히 뒤에서 믿어 주시고
누구보다 너그럽게 웃어 주시며
지켜 주시는 분이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아버지의 권위가 살아나며
아버지가 존귀히 여김을 받는
이 시대의 가정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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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함게 마시는 커피

 

그대와 함께 마시는 커피

                        백동흠

그대와
함께 마시는 커피는
그 맛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따끈한 커피 잔
두 손 가득이 감싸 안고
차가운 손 녹이는 것은
그대의 마음이었습니다.

한 모금 입에 물고
환하게 웃는  
그대의 얼굴은  
내게는 평화이었습니다.

온 방 가득 풍겨주는
커피 냄새는
진한
그대의 향기였습니다.


아!
그대와 함께 마시는
커피가 이리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한 잔의 커피 안에
그대의 사랑이
가득 스며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
행복하신지요?

그대와 나사이에 사랑이 출렁거리면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면서도
우린 얼마든지 행복을 마실 수 있습니다.

우리사이
그런 사이로 살았으면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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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랑을 선택할 때 입니다.

지금은 사랑을 선택 할 때 입니다.

                                   백동흠

지금은 사랑할 때입니다.
이것도 잠시 이기에

사랑을 선택하는 것
가장 아름다운
선택이 될 것입니다.


사랑은
훗날에 가서
결코 후회가 없는 삶을
살았다고 고백하게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처럼 확실하고
분명한 사실이  
없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우리
그런 인생의 굴레를
벗어 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언젠가 다가올
그 날의 죽음 앞에서
떠나보내며
떠나 갈 때

부끄럼 없이
사랑했노라고
고백할 수 있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사별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사랑할 때입니다.
이것도 잠시 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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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눈물

         백동흠

그득히 고이는
물결 속에

반짝이는
사랑의
출렁임

도르륵 굴려
부셔지는
아픔이여!

 ***
그 어머니의 눈동자에서
출렁이는 사랑을 보았습니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냥 생각이 나서
적어 보았습니다.

 

희망은 절망속에서 아름답습니다.
어두울 수록 빛은 더욱 귀한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이 아플 때
밝은 얼굴로 위로하며 희망을 주는
사람이 참 아름답니다.
세상에 빛으로  소금으로 사는 그대를
주님은 후원하십니다.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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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의 눈물

 

 팽목항의 눈물

                    백동흠

팽목항의  바다 위에
눈물 한 덩이 걸려 있다.

5월의
햇살은 이리도 밝은데
온통 잿빛이다.

맑은 하늘인데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마음은
바다 속 깊숙이 들어가
찾아내고 건져내고
품에 안기를 수천수만 번이다.

불러 보고 또 불려 본다.
바람도 차고
바다도 찬데
망부석되어 떠날 줄 모른다

팽목항 바다위에
눈물 한 덩이 또 떨어진다.
떨어진 눈물
틈새로 시야가 열러 온다.  

수평선 끝자락에  
걸쳐 있는 하얀 구름 사이로
그리운 얼굴 하나가 보여 온다.

아!
사랑하는 이여!
그리운 사람이여!

팽목항의  바다 위에
눈물 한 덩이
또 스며 올라와
비되어 흐르고 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엉터리 같고 어처구니없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원통함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가야하고 보내야 한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됩니다.

팽목항 바닷가에 멍하니 바다만을 쳐다보는
어느 어머니의 사진을 보았습니다.
왜 이리 마음이 아픈지 눈물이 났습니다.
어찌 그 분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온통 눈물 속에 시야가 가려진 그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망부석이 되어 떠날 줄 모르는
그 어머니의 눈에는 눈물 하나가 덩그러니 걸려 있었습니다.

너무나 보고 싶고 너무나 그리운 사랑스런 이들을 잃고
아파하는 마음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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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리본이 향기나는 꽃되어

 

노란 리본이 향기나는 꽃되어

                               백 동흠

생환(生還).......!
꼭 살아서 돌아오라고
너무나 보고 싶다고 울면서
가슴에 달아드린 노란 리본이
이제는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났으면 참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딸, 나의 아들
내 친한 친구의
죽음이 씨앗이 되어
우리 모두의 마음에서
향기 나는 꽃으로
피어났으면 참 좋겠습니다.

음침하고 어둡고
부패와 비리의 터전이요
썩은 냄새와 탐욕으로
가득한 이 땅이었기에

너무나도 어처구니없이
채 피지 못한 꽃 같이
내 사랑하는 아들딸들이
우리의 친구들이 죽어 갔기에
더 이상의 비리도 불의한 이권도
타협도 없이 용납하지
않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정직하고 올곧아서
법과 기강이 살아나게 하고
공의와 질서를 회복케 하는
향기 나는 사람으로
변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때론 손해를 보고
힘이 들고 어려울 지라도
묵묵히 그 길을 함께 가며
우리 서로 향기 나는 꽃으로
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너무나 보고 싶고
너무나 그리워
꼭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라고
가슴에 눈물로 달은 노라 리본이
이제는 한 송이의 꽃으로 피어나서

나 하나가
천이 되고 만이 되어
온 누리에 향기 나는
꽃이 되게 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우리의 딸과 아들이
“우리의 희생과 죽음이 헛되지 않았노라”고  
밝게 웃으면 돌아오는 그 날까지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고  
다들 그렇게들 살았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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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의 바다에 세월호는 빠졌다.

 

비리의 바다에 세월호는 빠졌다.
   - 맑은 세월의 바다에
                    아른다운 유람선을 배 띠울 때가지 -


                        백 동흠목사

1

그래
그날 갑자기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었지

오랜 세월
물같이 흘러들어 갔지
작은 비리가 흘러들어 갔고
각종 익권이 흘러들어 갔고
불법과 편법이 커넥션 되어
흘러 들어가 어느 틈엔가
거대한 세월의 바다를 이루었지

그 위에서 세월호는
아름다운 유람선 되어
노 젖고 다닌 것이었어.

미래의 어느 날
일어날 엄청난 참사는
그렇게 시작이 됐지

2

그날도
떠나서는 안 될
어둔 안개 바다였지

규정의 4배에 달하는
3608톤의 무게
총 180대의 차량과 화물들
제대로 묶지도 안은 채
무엇이 그리 급한지
3분 만에 훌쩍 떠난 것이었어!

어둔 안개 바다
저 건너 편
죽음이 서려 있는
세월의 바다를 향하여
그렇게 떠났지

3

선장은 1년 계약직의
싸구려 품꾼이었고
선원들은 위기관리나 재난 훈련도
받아본 경험도 없었고
뱃사람의 긍지와 명예도 없었기에
생명의 존귀함도
책임감도 희생정신도 없었겠지
그러기에
재난 시의 기본 상식도 없었고
지켜야 할 수칙도 없었고
위기관리 시스템도 전혀 작동하지를
못 했었던 거야

그건 분명
생명 경시였고
직무 유기이고
도덕 불감증이었고
그냥 온통 부실덩어리로 치장한
남 보기에 멋있게 보인
죽음의 유람선이었던 것이었어!

4

아!
이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심장이 떨리고 마음이 절여 오니
어찌하면 좋을까?
상상이나 했을까?

왜 하필
어린 영혼들이었을까?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며
한창 밝은 꿈을 꿀
어린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어야 했을까?

이런 참혹함과 참담함을
그 누가 예견이나 했을까?

맑고 깨끗한 어린 영혼들을
죽음의 방에 감금해 놓고

사랑하는 가족과 부모들을
절망과 원통의 나락으로
떨어 뜨러놓고
세월호는 세월의 바다
깊은 수렁으로 잠긴 거야

아!
이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마음이 절여오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세월호를 삼킴
세월의 바다는 조용히
침묵만 하고 있었지  

5

325명의
단원 고등학교 2학년 중
255명의 어린 영혼이
채 피지도 못한
한 송이의 꽃같이 떨어진 거였어!

잠시 갔다 올
추억의 수학여행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게 한 거야
그것이 죽음으로 가는 길임을
감히 누가 생각을 했을까?

누가 뱃속이 안전하다 말했는가?
그렇게 말해 놓고
선장과 선원이 자기 하나 살겠다고
도망쳐 나올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어린 영혼을 포함한
302명의 소중한 생명이
단 한 사람도 구조할 길 없이
그렇게 세월의 바다에 빠져 갈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울부짖으며
친구와 친척들이 흐느끼며
우리 모두가 하나의 마음이 되어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며 바랬는데도

실낱같은
한 줌의 희망이라도 건져 내보려고  
그렇게 몸부림 쳤는데
세월의 바다에
세월호는 깊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

6

아!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너무나 갑자기 찾아온 죽음 앞에서
얼마나 두려워했을까?
밀폐된 공간에 물은 차오르고
어둠과 함께 밀려오는 공포의 현장을
저마다 홀로 견디면서 간 그 길이
얼마나 힘에 겨웠을까?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속 썩인 것 용서해 주세요.”
“살아서 만나요.”
맑고 깨끗한 어린 영혼들이
사랑의 문자를 치면서
순간 스쳐오는 그 다정한 얼굴 그 모습을  
얼마나 미치도록 보고 싶어 했을까?
얼마나 그 품을 그리워했을까?
엄마의 얼굴
아빠의 얼굴

아! 어떻게 그렇게 가야만 했을까?
생각하며 생각할수록
마음이 저려오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아! 이 일을 어찌하며 좋을꼬?
아! 가엾은 우리 아이들아........!!!

7

세월의 바다에 세월호는 빠졌지
오래전부터 흘러들어 온
온갖 비리와 편법들이  
그 세월의 바다에
우리의 아들, 딸들이 빠진 거야

그리고 그들과 함께
우리의 부모도 빠졌어
부모의 마음이 무덤이 된 거야
우리의 가정도 함께 침몰했지

나도 너도 침몰했고
우리 대한민국도 함께 침몰한 거야
8

왜 우리가 죽어야 하느냐?
묻는다면
우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가야하느냐고 묻는다면
뭐라 말해 주어야 할까?

착한 대통령을 탓할까?
권위주의와 찌든 관료 사회를 탓할까?
해수부와 해경,
해군 그리고 안행부의
비효율적 구조를 탓할까?

무능한 품꾼 선장과 선원을 탓할까?
악덕 업주 선주를 탓할까?

그래 맞아
따지고 묻고 규명하고 분석해서
문책해야 하고 엄벌에 처해야 해
그리고 국민적 심판을 받게 해야지
그렇게 해야 해
반듯이 그렇게 해야 돼

9

그러나
가장 엄하게
가장 강력하게
가장 아프고 뼈저리게
문책하고 엄벌을 처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인 것을 알아야 할 거야

왜?
그 아이들을 죽인 것은
그런 비리와 불법이 모여서 만든
세월의 바다였으니깐

나 하나 정직하지 못하고
나 하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슬쩍 눈감아 주고
나 하나쯤이야 하면서 비리에 참여하고
작은 편법과 작은 특혜들이 모여
세월의 바다를 만든 것을 알아야 하지

분위기 잡을 이유도 없지
슬픔 감정과 모습을 보일 이유도 없을 거야
그런 분위기와 감정은 잠시 일거야

정말 가슴이 아프고
정말 마음이 저리면

이제부터 강직해지자고 말해 주고 싶은 거야
이제부터 거짓말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은 거야
청탁도 안 되고 작은 비리도 용납하지
말자고 말해 주고 싶어
불의와 불법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거야
나 하나가,
나 하나부터 말이야

나 하나,
나 하나가 모이고 쌓여 흘러들어가
바다가 되게 하는 거야
도덕성이 살아나게 하고
서로 돕고 섬기며 사는 거야
우리 하나 하나가 그렇게 흘러가면서
거대한 세월의 바다를 정화 시켜 나가는 거야
더 이상의 편법도 비리도 청탁도 용납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바다를 이루는 거야  
결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노라고
말해 줄 수 있게 하는 거야
나 하나부터 시작하는 거야

10

노란 리본!
꼭 돌아오라고
단 한 사람이라도 돌아오라고
생환을 위한 노란 리본을
이제 바꾸어 다는 거야

“이제 나는 강직합니다.
나에게는 비리도 편법도 청탁도 용납 안합니다.
나 하나가 이것들을 막아 낼 것입니다.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과 딸이 밝게 웃는 그날까지  
나는 노란 리본을 달았습니다.”

나 하나부터 시작하는 거야
강직하고 꿋꿋하게
내가 있어 더 이상의 편법과 비리와 청탁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노란 리본을 다는 거야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 딸들이 죽어서 살아
밝게 웃는 그날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나 하나부터 삶을 사는 거야

나 하나가 뜻을 품어
백이 되고 천이 되게 하는 거야
그 만만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거야
그래서 세월의 바다를 정화시키는 거지

11

먼 훗날
맑고 청청한 바다 위를
아름다운 유람선을 배 띠울 때
우리의 자손들에게 말해
줄 수 있게 하는 거야

그날
2014년 4월 16일
사랑하는 아들, 딸들이 죽어서 주신
아름다운 역사의 교훈이 있었기에
오늘 이 맑은 세월의 바다 위에
아름다운 배 띠울 수 있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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