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 13. 03:42

아랫목 같은 사람

 

아랫목 같은 사람

               백 동흠

추운 겨울
눈이 펄펄 내릴 때
동무들과
눈싸움을 합니다.
눈썰매를 탑니다.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 올 때는
떨면서 돌아옵니다.

엄마는 얼어붙은
손을 비벼 주며
아랫목 뜨거운
이불속으로 들어가
눕도록 해 줍니다.

아!
좋았습니다.
너무 아늑했습니다.
어느 틈엔가
눈이 스르륵 감깁니다.
단꿈에 빠집니다.
아랫목은 어린 시절
엄마의 품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아랫목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거부하지 않고
따뜻한 마음으로
기다려 줄줄 아는 사람

그리고 그렇게
이불 되어
품어 줄 수 있는  
아랫목 같은
그런 사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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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연말에

 

내 인생의 연말에...  

                     백동흠 목사

인생은
하나의 여행길이다.

갔다가
돌아오는 길 없이
가기만 하는
일방통행의 여행길이다.

해마다
돌아가는 길목에
연말을 주어
내 인생의 연말을
예행연습을 하게하고 있다.

그래서
내 인생의 진짜 연말

막힌 담하나 없이
풀게 하며

마지막 돌아 갈
본향을 향한 여행길
잘 떠나게 하기 위함이다.

어느 분이 아래와 같은 예뿐 글 하나를 보내 왔습니다.
제가 나의 언어로 내용을 조금 수정해서 소개 해 드립니다.
다들 공감할 수 있는 글이라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한 살의 나이엔
그저 엄마의 품에 제일 좋아 품안의 여행시기입니다.

열 살의 나이엔 어디를 간다면 무조건 좋아 하는
소풍여행의 시기입니다.

스무 살의 나이엔 좋아 하는 사람과 함께 라면
어디라도 가고 싶어 하는 데이트여행이었습니다.

서른 살의 나이엔 아기하고 자기하고  
문화체험을 꿈꾸는 해외여행 시기입니다.

마흔 살의 나이엔 먹고 살기에 너무 힘에 겨워
무조건 쉬고 싶어 하는 방콕여행의 시기입니다.

쉰 살의 나이엔 내릴 때가 됐음을 알고 서서히
준비하는 기차여행이었습니다.

예순 살의 나이엔 뿌리와 맥을 자녀에게
이어 주고 싶어 고적 답사하는 여행의 시기입니다.

일흔 살의 나이엔 어릴 때의 동무를 만나면
무조건 반가운 수학여행의 시기입니다.

여든 살의 나이엔 누굴 찾아 나서기보다 누가 찾아올까
기다려지는 추억의 여행 시기입니다.

아흔 살의 나이에는 이미 다들 떠나가서
기다릴 사람도 없고 찾아갈 사람도 없고
이제 나도 떠나야 하는 영원 여행의 시기입니다.

아! 사랑하는 형제자매여!

인생이란 ?
왕복이 없는 One way ticket 한 장만 손에 쥐고
떠나는 단 한번 뿐인 여행과 같습니다.
지금 그대는 어느 여행의 시기를 살고 있는지요?

내 인생의 연말 - 영원 여행의 시기
다들 떠나고 이제 나도 떠나야 할 그 때에
가야 할 영원한 본향이 있는지 또한 묻고 싶어서
글 하나 올려 보았습니다.

저희가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히11:16)


2014년 12월 31일
마지막 달 마지막 날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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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같은 그대

 

커피같은 그대     

                       백동흠

춥다.
따끈한 커피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찬 가슴을 달래려
한 모금을 마신다.

입술에
다가오는 향기는
코끝에 감미롭다

온 몸을 뎁혀주는
따스한 훈기는
허한 내 영혼의
외로움을 녹인다.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않고 있노라면

그리움이 피어오르고
사랑스런 그대의
얼굴이 살아온다.

커피 같은
그대의 모습이...


< 詩作노트>
제게 있어 커피의 맛은 냄새와 분위기였습니다.
밖이 서늘할 때의 커피 한 잔은 진짜 “짱” 입니다.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 안으면서
한 모금을 마실 때,
그 냄새와 젖어 드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커피 안에서 사랑하는 그대의 냄새가 났습니다.
그리운 모습이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오늘 같이 차가운 날 커피 한 모금 마시며
그대의 향기에 흠뻑 젖어 들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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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鐵路)의 사랑

 

철길의 사랑

               백동흠

외줄 같이
홀로만 가야 하는가?

나와 그대의 사이는
평행의 사이여야 하는가?

때론 외롭고 추워서
만나주고 싶고
품어 주고 싶고
따스한 사랑을
나누어 주고 싶은데

서로를 그리워하는 만큼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휘어져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으면
아프지도 않으련만

다가가지 못하고
떠나가지 못하는
사랑이요
운명인가 봅니다.

너무나 쉽게 만나
너무나 쉽게 깨지는
요즈음 세대의 사랑 앞에서

채우지 못한 그리움에
목이 마른다하여도
두 개의 선로가
한 길이 되어
오랜 세월 함께 달려온
그 사랑이 보기에
너무 아름답습니다.


시작노트

무슨 뜻의 시인지를 아시겠는지요?
서로를 맞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
함께 가는 철로의 모습속에서
어느 할머니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어이구 저 웬수” 라고 하면서
한평생을 살아 온 어느 할머니였습니다.

"임자 고마워 너무 고생을 시켜 미안해
함께 해주어서 너무 행복했어"
마지막 가시는 길에 고백한 할아버지의 말씀앞에서
한 없이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 모습이였습니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철길의 사랑을 보았던 것입니다.
“웬수”가 되어
저만큼 거리를 두고 맞닿을 수 없는
평행의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한 길 되어 오래 세월 함께 살아 온
노부부의 사랑이 왜 이리 아름다운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너무나 쉽게 만나 너무나 쉽게 헤어지는
요즈음 세대의 사랑을 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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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행

 

가을 여행

           백동흠

많이 지치고 헤진
사랑을 챙겨 가지고
그대와 함께 떠나고 싶다.

붉게 물든 나무 숲
영혼을 풀어 놓으며
맑은 햇살 아래서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낙엽 싸인 숲속의 길을
그대와 함께 걷고 싶다.

정신조차 맑게 씻겨주는
그 곳에 흐르는 물에
마음을 담그며
그대와 함께 흐르고 싶다.

깊어가는 가을 밤
반짝이는 별을 보며
잊혀 진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고백 하고 싶다.

마음의 골을 따라
맑은 물 내 안에 흘러오고
바람은 영혼을 불러내며
하늘의 별은 가슴에 떨어지고
나 그대의 사랑에 젖어 들며
그렇게 깊은 밤을 보내고 싶다.

눈부신 아침에
한적한 작은 통나무 찻집에서
진한 냄새 풍기는 커피를
그대와 함께 마시고 싶다.

이 가을이 다가기 전에
나 그대와 함께
사랑 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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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 아름답습니다.

 

황혼이 아름답습니다.

                    백동흠

황혼은 아름답습니다.
온통 붉게 물들이며
지는 모습이
차라리 위대합니다.

저 건너편
어둠이 있다 해도
오늘이
내 삶의 전부 인양
환하게 웃으면
사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습니다.

절망 속에 희망이 소중하며
어둠속에 빛이 더 반짝이듯
인생의 황혼의 노을
그 모습 그대로가
눈물겹도록 아름답습니다.

늙음이  
외롭다고 하고
애처롭다고 하지만

아닙니다.
깨여진 삶속에서
맑은 영이 흐르고
외로운데서 지혜가 나오며
약한데서 강함이
나온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그 안에 깊음이 있고
경륜이 흐르고 있음을
모르시는 지요?

그들의 교훈을 경청하고
그들의 말에 순종하며
그들의 존재를 높여 줄 때

복의 흐름이
어디로부터 오는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저 건너편
또 다른 새벽이
밝아 오는 것을 알기에

어두운 죽음조차도
넉넉히 감싸 안으며
온 누리 붉게
물들이는 황혼이
그래서 위대한 것입니다.


시작(詩作)노트

인생은 다 그 길로 갈 것이지만 노후의 삶은
그 존재 자체가 무거운 짐일런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름답게 물들이는 노을은 황혼에게만
주어진 선물일런지 모릅니다.

4년째 침상에서 생활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도
그 존재 자체가 붉은 노을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더 아름답듯이
하루 하루를 환한 웃음으로 사는 노년의 모습이
너무 보기에 좋았습니다.

이제 그 길로 가는 제 자신도 그 모습을
닮고 싶었습니다.
아름다운 황혼의 붉은 노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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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사랑

중년의 사랑

           백동흠

우려낸
한 잔의 차를
마셔 보았나요?

깊고 진한 사랑이
그 안에 있음을
느끼어 보셨는지요?

거친 세상
오랜 세월
그래도 함께
여기까지 왔습니다.

마음에 실망과
상처를 주고
서럽게 울기도 했다지만

미운 정
고운 정
얽히고 설켜
쌓여온 것이 사랑인 것을
아직도 모르겠는지요?

우려내고
울려 낸
차 속에
더 진한 맛이 나오듯

함께 한 오랜 세월
삶속에 묻혀 있는

깊고 진한  
그 사랑을 음미하며

즐기실 때가
지금이 아닌지요?


< 시작노트>
중년은 잊혀진 사랑의 추억을 열심히 캐내어
아름답게 손질하는 시기입니다.
싸우고 상처 받고 아파했던 것 보다
함께한 그 사랑이 훨씬 더 크고
아름다웠음을 고백해야 할 시절입니다.

아름다웠던 그 시절의 사랑을
스스로 찢어 버림으로 삭막하고 후환의 삶을 사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서라도
지금은 잊혀진 세월,
사랑의 추억들을 캐내어 아름답게 치장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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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누른 국수

          백동흠

가난한 시절
엄마가 끓여준 국수이다.

누른 국수 두 근을 사오란다.
두 근이면
우리 식구의 저녁으로 짱이다.

펄펄 끓는 물에
김치를 썰어 넣고
멸치를 넣어 맛을 낸다.
그리고 국수 넣는다.

별것도 아닌데
엄마의 손이 거쳐 가면
왜 이리 맛이 나는지
모를 일이다.

가을이 깊어 가는 밤
여덟 식구가 빙 둘러 앉아
“후루룩” 소리를 내며 먹는다.

우러난 시쿰한 김치 맛과
구수한 멸치 국물에
불어 버린 국수이다.

얼큰하게 고추장을 풀어
후루룩 하고 젓가락으로 건져
허기진 배를 채운다.

뜨끈한 게 너무 좋다
땀이 나는데 시원하다.
속 풀이가 된다.
너무 맛있다
포만감이 나도록
먹고 또 먹는다.
엄마는 대견스러운지 한 국자
더 건네줄 때마다 좋아한다.

우리 집은
깊어 가는 가을 밤
추운데 따스하다.
어두운데 밝다.
가난한데 부족함이 없다.

누른 국수 한 그릇 안에
온 가족이 부요했고 행복했다.

**** 칼로써 자른 것을 칼 국수라고 한다면
 기계로 눌려서 뺀 것을 누른 국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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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강에 씻어야 하겠네.

맑은 강씻어야  하겠네

                        백동흠

산은
변치 말고
살라고 하네!

바다는
넓은 마음으로
살라고 하네!

하늘은
푸르게 높게
살라고 하네!

마음은
산과
바다와
하늘을 품고
살자고 하네!

내 안에
꾸역꾸역 스며 오는
이 더러움을
어찌할꼬!

내 먼저 할일은
흐르는 저 맑은 강
청수(淸水)에
이 몸을 씻으며
살아야 하겠네!

내 한 몸
제대로 관리 못하면서
산과 하늘과 바다를
어찌 품을 수 있으리!



시작(詩作)노트

하늘도 보이고
산도 보이고
바다도 보이는 곳을 찾아 갔습니다.
다들 “나같이 살라”고 합니다.
마음도 함께 공감합니다.
“그래 그렇게 살아야지........!!”
그런데 돌아와서 살다보니
어느 틈엔가 내 안에 이끼 껴서
들어오는 혈기를 보았습니다.
미움도 보았고요.
어느 틈엔가 평강도 사라지고
화평도 깨지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아! 내 안에 꾸역꾸역 스며 오는
이것들을 어찌할꼬...........!!”
상한 마음을 가지고
주님께 가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살면서
깨지고 다듬어 지면서
산이 되고 바다가 되고
푸른 하늘이 되는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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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 오늘 만큼은

한가위를 맞아 넉넉하고 풍요로운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추석- 오늘 만큼은 
              
하늘을
쳐다봅니다.

푸른 하늘의 구름은
고향으로 달려가게 하고
동무들을 만나게 하며
그 날의 추억들이
피어오르게 합니다.

구름너머
흐르는 그리움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아직도 그리워 할 것이
남아 있는가?

현실은 각박하고
정서는 메말랐고
저마다 홀로가 되어
닫힌 마음으로 멀뚱히
서 있는 저 모습이
우리 모습이 아닌가?

오늘 만큼은
딱딱한 송편 한 덩이라도
찢어서 나누어 먹으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둥근 달 쳐다보며
따끈한 차 한 잔에
망향의 그리움을 타서
마셔 보았으면 합니다.

먼 땅에서 나마
그리움이 살아 있다는 것은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만큼은 행복한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백동흠목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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