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 칼럼 2009. 12. 30. 02:52

추워야 따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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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워야 따스합니다.

                                                  백 동흠목사

몇 해전 3가족의 친구가 빅 베어의 높은 산 속의 산장을 얻어 성탄절을 지내기로 했습니다.
그곳은 눈이 올 줄 알았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진눈깨비가 섞인 찬비가 주룩 주룩 내렸습니다.
오후 4시 도착했습니다. 산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은 썰렁했고 침침했습니다.

우린 전기 불을 키고 히터를 틀고 여장을 풀었습니다. 그러나 9명의 자녀들은 들어오자마자 TV 앞으로 가버립니다. 이것이 요즘 아이들의 처세입니다.
우린 벽난로의 불도 지피웠고 장작타는 냄새와 함께 운치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젠 제법 방안이 따뜻해 졌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여전히 정신 없이 TV앞에 모여 있을 뿐입니다.

밖은 여전히 찬비가 옵니다. 난 비가 좋습니다. 비는 나의 연인같이 안식을 주며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줍니다.
이젠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하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간 것입니다.
심한 바람과 폭우로 이 일대의 전기가 다 나가고 만 것입니다.
히터가 나가니깐 갑자기 방이 냉방이 되었습니다. 음식도 가져간 가스버너로 대신하게 됐습니다.

밖과 방안이 온통 깜깜했습니다. 어쩜 온 밤을 냉방에서 지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벽난로의 장작을 아끼기 시작했습니다. 벽난로의 불이 유일한 온기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틈엔가 아이들이 벽난로 가까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가 우스개 소리를 한 마디하니깐 다들 벽 난로 앞에서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사오정 시리즈가 한 바탕 오갔고 자연스럽게 말 짓기 놀이를 하게 되고 369게임으로 이어지더니 가족 노래 자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방은 어둡고 추웠으나 우린 어느 틈엔가 한 가족같이 친밀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벽난로의 따스한 온기 속에서 마음들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대화 속에 밤이 깊어갔습니다.
어두웠기에 밝았습니다. 추웠기에 참 따스함을 느겼습니다.

11시가 넘어 전기가 들어왔습니다.그리고 아이들은 누가 먼저 일어 났는지 모르게 흩어져 나갑니다. 이렇게 흩어져 떠나는 모습을 보고  어느 부모님이 말합니다.
“차라리 어둡고 추운 것이 더 낳은 것 같다"
“어두웠기 때문에 더 좋은 시간, 따스한 시간을 갖은 것 같다.”
다른 부모님이 맞장구 칩니다.

전 그날 깊음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부요함이 오히려 사람을 더욱 삭막하고 빈곤하게 만든다는 것과
둘째는 춥고 가난해야 우리의 삶이 더욱 따스해 지는구나 생각 들었습니다.

밖으러 나왔습니다. 찬비가 진눈꺼비가 되더니 이내 하얀 눈을 뿌립니다.
추웠습니다. 그러나 그 추위가 너무 다정 스러웠습니다.
춥기때문에 따스함을 그리워하고 삶을 행복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추워야 따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