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 칼럼 2010. 11. 14. 10:26

어머니-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하신 분입니다.

어머니- 무명한 자 같은나 유명하신 분입니다.

                                                        백 동흠목사

지난 5월 다리 수술 후 휠체어를 타시고 주일 늘 예배에 참석하셨습니다.
저의 작은 형님이 항상 모시고 교회에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일(10월 31일) 예배를 인도하면서 보니 예배의 자리에
안 보입니다. 예배를 마친 후 물어 보니 어머니가 넘어 지셨다고 합니다.
난 그저 살짝 넘어지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주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어머니에게 찾아가니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누워만 계셨습니다. 머리를 다치신 것입니다.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말도 잘 하지를 못하였습니다.
힘겹게 하는 한말이
“아퍼”입니다.  
그리고 또 한마디
“밥 먹어야지” 이었습니다.
왜 이 두 마디가 제게 마음이 절여오는 아픔이 되는지 모를 일입니다.

어머니가 좋아 하는 찬송을 여러 곡을 불렀습니다.  
입술을 보니 함께 부르고 계셨습니다.
기도를 시켰습니다.
오랫동안이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기도를 하시는 것입니다.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하나님의 교회와 성도들과 자녀들을 위해 일일이
축복해 주시는 기도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월요일(11월1일)  병원에 들어 가셨고
MRA을 찍은 결과 머리 부위에 피가 응고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문의가 자세히 검진한 결과 머리의 핏줄이 터지지 않아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는 소식을 그 다음 날 전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내 어머니의 삶과 죽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조용히 주님 앞에 의탁하는 순간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 기도 중에 주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살아 있느니라.”
고린도 후서 6장 9절의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이 말씀이 제 마음속에 울려 펴질 때 어머니의 일생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평생을 서서 남들을 시중들며 섬기며 살아 온 생애였습니다.
어릴 때 한 상 차려 주시고 부억 부두막에서 바가지 밥을 드시는 것을
늘 보면서 자랐습니다.
밥이 부족할 까봐 수북이 담은 밥을 옆에 살짝 갖다 놓아 줍니다.
더 먹게 하기 위해서 입니다.
시 부모님의 눈치를 살피며 밥 달라는 거지들에게
듬뿍 퍼 주는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누군가 힘겨워 할 때 몇 푼의 돈을 그 손에 쥐어 주는 모습입니다.
주의 종 목사님이나 선교사님들이 교회에 방문 후 돌아가실 때 푼돈같이 모은
뭉칫돈을 아깝지 않게 그 손에 쥐어 주는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친척들이 몰려와서 며칠씩 묵어도 혹은 몇 달씩 머물러도 조용히
섬겨 주던 모습입니다.
 
큰일을 한 것은 없었습니다.
지역의 유지도 아니고 유명인사도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새벽마다 나라와 민족과 주의 종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조용히 교회의 뒷자리에 앉아 계시다가 필요하면 늘 다가와서 섬기신
어머니이십니다. 
얼마나 일을 하셨는지 손가락의 지문이 달아 버린 어머니의 손입니다.

저는 내 어머니의 모습속에서 우리 시대의 모든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속으로 중얼 거렸습니다.
“그래 맞아!
땅에서 무명하지만 주님의 나라에서 유명하신 분들일거야!"
"평생을 가난하고 어려운 가운데서도 이 땅을 기도로 지켜 주시고
믿음과 사랑으로 키워낸 우리 시대의 어머니들- 이분들이 진짜 유명하신
분들이거야"
이것은 나의 임위로운 생각이 아니라 성령이 내 영과 더불어 스며 나오게 하는
영의 생각이었습니다.

웬만해서 절대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으시는 어머니였습니다.
그런 어머니가 저의 귀에다 대고
“아퍼”
“밥 먹어야지…….”
그리고 떨리는 손을 들어 식당을 가리키며
“어여가! 가서 밥 먹어!”

아무 때고 어느 시간이고 찾아 가면 환한 얼굴로
담복장(청국장)을 부글 부글 끓여 따근한 밥에 차려 주시던 어머니는
몸은 침상에 누워 있지만 마음은 백번 천번 밥상을 차렸을 것입니다.

지금 제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막 흐릅니다.
마음이 절여 옵니다.

"예수님!
 함께 해 주세요.
 불쌍이 여겨 주세요.
 주님 밖에 없기에 주님께 의탁드립니다." 
간절한 기도가 저절로 흘러 나왔습니다.  (201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