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 칼럼 2010. 10. 23. 05:32

밖이 추운 것이 아닙니다.



밖이 추운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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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동흠목사

“산골에 어둠이 내렸다.
촛불 하나 밝히니 그대 얼굴이 선하구나.
산꼭대기는 달빛이 길을 잃지 않을 만큼 비추고 있으리라.
짐승들이 둥지로 속속 돌아갈 시간.”
임의진님의 “촛불하나”라는 시입니다.

저는 아주 어린 시절 외가에 갔을 때 늦은 시간까지 호롱불하나 켜 놓고
외할머니와 어머니가  밤늦게 까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들던 그때의 느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구수하고 정겹고 따스하고 행복했습니다.
저는 종종 촛불을 켜 놓고 식사도 하고 예배도 드리곤 합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조용히 대화를 하고 차 한 잔을 마시며 쉼을 누리고자 할 때
촛불은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내곤 합니다.

촛불을 밝히면 마음들이 안으로 모두와 집니다.
그리고 차분해 지면 평온해 집니다.
촛불 아래서 비추이는 얼굴들은 따스하고 착해 보입니다.
나누는 대화마다 구수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신 나게 합니다.
촛불 앞에 앉아 있으면 사색의 뜰을 거닐게 하며 안으로 깊이를 더하게 합니다.
홀로 있어도 고독하지 않으면 어둠속에서도 희망을 보게 합니다.
어둠을 태우는 빛의 모습은 부드러우나 강한 것을 깨닫게 됩니다.

현대인의 문화는 전기불의 문화입니다.
밤의 안식을 주기보다 대낮같은 밝음 속에 낮의 삶을 연장케 하는 문화입니다.
집에 들어오면 곧 바로 TV를 켜야 합니다.
핸드폰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만의 공간으로도 침투에 들어와
우리의 대화를 빼앗아 갑니다.
저마다 갖고 있는 컴퓨터는 각각 개인을
또 다른 사이버의 공간으로 데려가고 있습니다.
함께 하면서도 관계는 단절 되여 있고 밝은 전깃불 아래서
영혼은 어둠의 그늘아래서 외로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덩그러니 썰렁한 이불을 덥고 하루를 마감할 때
몸이 추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추운 것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도 어둡고 외로운 추운 밤을 지내고 있다고 생각이 드시지 않는지요?
예수님은 우리의 헤진 영혼을 바라보면서 말씀하십니다.  
“너의 영혼이 피곤하구나. 너무 바쁘게 살았구나.
얘야, 오늘 이 밤에는 TV의 플러그를 빼렴.
그리고 컴퓨터의 스위치를 끄고 밖으로 향하는 전화의 선도 끊어 보렴.
그리고 영혼의 촛불을 키고 그 앞에 조용히 앉아 보거라.
너 나의 임재 안에서 결코 외롭지 않음을 알게 해 줄게”

아! 사랑하는 형제여 자매여!
밤이 깊어 가는 계절에 밖이 추은 것이 아닙니다.
내 안에 촛불 하나 킬 마음의 여유가 없음이 추운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