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5. 05:28

난 구수한 관계를 마시고 싶은거다.



구수한 관계

         백 동흠

겉돈다.
깊이가 없다
보이지 않는 선이 있다

저 마다
외롬을 타면서

체질인양
저만큼 서서

홀로가 되어 
그렇게들 삶을 간다.

난 그렇게 사는
삶이 싫다

내가 원하는 것은
별 말없어도

마음으로 느낄 수 있고
그냥 앉아만 있어도
평안한

오랫동안 푹 구어서
울겨 낸
뼈 국물 같은
구수한 관계


그런 관계를
마시고 싶은 거다


<詩作 노트>

얼마 전에 아내는 뼈를 삶아 국물을 울겨 냈습니다.

그 국물에 소금을 쳐서
맛을 내는 사람은
순수한 뼈 국물의 맛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전 그냥 그 순수한 뼈 국물을 굉장히
좋아 합니다.
국물에 밥 말아
투박한 깍두기 한 개를 얹어 먹으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답니다.

구수합니다. 깔끔합니다. 뒷 끝이 없습니다. 든든합니다.

살면서 자꾸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조미료로 치장한 삶이 아닙니다.
겉돌고 섞여 오지 못하게 하는 허세같은 것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 만나고 마음으로 느끼고
그저 앉아만 있어도 좋은 그런 삶입니다.

그저 별 말 없어도
구수한 삶의 관계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렁탕 한 그릇 밥 말아 먹으면서
내내 뼈 국물같이 구수한 관계를 마시는 삶을 살자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