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6. 25. 09:11

에서의 실수



에서의 실수

                  백 동흠

꼭 그렇게 해야 했나요?

정말 배가 고파
죽게 되었나요?

그래서
장자권까지  
넘겨 주여야 할 만큼
절실 했나요?

이제 집에 다 왔고
부엌에 들어가면
그대의 허기진 배
채울 먹을 것이 있을 진대

구태여
그 팥죽 한 그릇에
목이 메 일 필요가
있어나요?

어린 동생과
나눈 농담 같은
대화였다고요?

아니랍니다.
해도 되는 농담이 있고
해서는 안 되는
농담이 있답니다.

아무리 배고파도
아무리 농담이라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은
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좋은 것이 좋다고
그저 쉽게,
선 없이 넘어 가다가
더 소중한 것
잃어버리는 에서가
그대 일 수  있습니다.


시작 노트

에서형이 사냥 나갔다가
배가 몹시 고파 집에 돌아 왔을 때
우연히 야곱동생이 팥죽을 끓이다가 농담같이 나눈 대회입니다.

"야곱아 나 팥죽 한 그룻 주라"
"형 이 팥죽 먹어. 그 대신에 내가 형 할게. 알았지?”
"야! 지금 내가 배고파 죽겠는데 그게 뭐가 대수롭냐? 알았다.”
그리고 팥죽 한 그릇을 받아먹었을 뿐입니다.

설렁 그렇게 했다고 해서
진짜 형이 동생 되고 동생이 형 되는 법은 없답니다.

그리고 팥죽 한 그릇 사건은  
초등학교 학예회의 어린이 연극 같은 유치한 모습일 뿐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성경에 기록되었고
실제로 장자의 권리는 에서에게서 야곱에게로 흘러갔다는 사실입니다.

에서는 알았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고 해도
아무리 농담 같은 대화라고 해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선에 이르면 정색을 하고 끊었어야 했습니다.

좋은 게 좋다고 너무 쉽게 선 없이 넘어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더욱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에서는 알았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알아야 합니다.
너무 쉽게 선 없이 살다
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에서가 바로 내가 될 수 있음을 말입니다.
(참조 창세기 25장 27-3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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