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 칼럼 2011. 6. 24. 12:30

그날이 제게는 6도의 악몽이었습니다..


그날이 제게는 6도의 악몽이었습니다. 


                                              백 동흠목사


제게는 그날이 6도의 악몽같은 날이었습니다.
저의 노트북과 300 GB 짜리 Hard Disk를
동시에 몽땅 잃어버렸습니다.

누군가가 홈쳐 갔습니다.
저는 주로 노트북과 하드에 나의 모든 것을 담아 놓았습니다.
혹 노트북을 새로 바꾸거나 잃어버려도
하드만 잘 보관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쓴 시들과 글, 저의 설교들과 제가 만든 성경공부 교재들,
10년 치의 교회의 주보와 서류들
QT교재들과 평소에 파일로 모은 책들과 예화, 자료,
성도들의 사진과 개인 사진, 의미 있는 동영상들과 그림들,
앞으로 허락이 되면 책으로 출판하려고 준비해 놓은 글들,
아무리 큰 돈을 준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저의 자산들입니다.
300 GB의 Hard Disk에 채워진 것들입니다.  
그런데 노트북과 하드를 동시에 몽땅 가져갔습니다.
두 개를 동시에 잃어버릴 줄은 상상을 못했습니다.

첫날은 멍했습니다. 너무 충격을 받으며 멍해지는 가 봅니다.
둘째 날은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눈물이 저절로 났습니다.
셋째 날은 분노가 올랐습니다.
무슨 일을 하려면 다 컴퓨터가 필요하고 자료가 필요하고
프로그림이 필요하고 그래서 생각하면 화가 막 났습니다.
 
그래서 기도했습니다.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교회에서 밤을 지새웠을까요?
누군지 그 놈에게 불벼락을 내리고
부들부들 떨면서 가져오기를 은근히 속으로 바랬나봅니다.

그런데 그 날 밤 기도 중에 예수님은 제게 말했습니다.
빌3장8절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이었습니다.
네가 그것을 잃어버리고 더 많은 시간을
주와 같이 할 수 있다면…… 이었습니다.

컴퓨터를 잃어버린 지 보름이 넘어 가는 날입니다.
컴퓨터가 없으니 아무 할 일 없었습니다.
꼭 중독된 사람같이 멍했습니다.

제가 깨달은 것 하나 있었습니다.
컴퓨터에게 의존된 나의 삶이 얼마나 나의 영성을
허하게 했는지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사실 오늘 우리의 세대에 컴퓨터가 없으면 안 되는 세대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아직은 아니지만 이제 곧 다시 컴퓨터를 사고
이전의 일을 또 해야 하고 푸른 편지도 계속 쓸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솔직한 심정은
컴퓨터 없는 지금이 제게는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 일이 없어서(?)
어제도 교회에서 철야를 했습니다.
솔직히 철침이지요.
예수님이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어요.
아무도 모르게 안으로 은혜를 채워 주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땅의 것이 왜 이리 허망한지
부질없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푸른 편지도 보내 드리지 못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문의의 글을 보내 주셨는데
일일이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했습니다(11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