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3. 12:29

어머니

어머니

           백동흠

이제 본향으로 가실
시간을 느끼시고 계신가?

몸은 이렇게 굳어져 가시는데
얼굴은 여전히 밝으시다.

오랜 침상에서의 생활인데
아픈데 하나 없이 편하단다.

잠든 모습조차도 평화롭다
육체 안에 있는 영혼은 자유로운가?

어쩜 어머니는 아침에 깨어나
아직도 내가 이곳에 있구나하시며
이미 그 영혼은 그 곳에가 계시면서
잠시 잠깐씩 몸 안에 들리면서
그 때를 기다리는지 모를 일이다.

몸은 굳어가고
얼굴의 표정도 굳어가고
언어도 서서히 굳어 가지만

느껴져 온다.
어머니의 따스한 훈기를
그 영혼의 순결함을
장래의 영광을

어머니에게서
하늘의 향취가 몰칵 스며 나온다.
어머니의 냄새는 참 좋다.

이제는 때가 되어 가는가?
평생을 조용히 사시더니
그렇게 조용히 가실 채비를 하시는가?

***
지난 금요일에도 병원에 갔다 왔습니다. 감기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주일 아침에 아무래도 병원에 들어가야겠다고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기침으로 인해 가래가 기관지 쪽으로 들어갔는지 호흡이 조금 거칠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주일이기에 어차피 병원도 쉬니깐 상황 보아가며 월요일에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교회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오후 시간에 어머니에게 갔습니다.
누워 계신 모습이 평화였습니다. 조용히 기도했습니다.
숨소리도 조용했습니다. 방안에 은혜가 스며 나왔습니다. 하늘의 영광도 느껴졌습니다.  
5년여 침상 생활이지만 진통 없이 밝은 모습으로 지내 오신 어머니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렇게 섬세하게 섬겨 주는 형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전 보다 기력이 많이 없으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이제 때가 되어 가는가?
스스로 물어 보았습니다. 육체는 이렇게 쇠하여 가지만 영혼은 평화하고 자유하시구나!
느껴져 왔습니다. 어머니에게서 향기가 났습니다. 하늘나라의 향취였습니다.
주님께서 언제 부르실는지 모르지만 어머니는 언제고 떠날 준비를 다하여 놓고
그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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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정적

                 백동흠

차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침묵이 흐른다.

온 세상이
조용히 멈추어 있다.

뿌리 깊은 나무들은
파란 하늘을 벗 삼아
저마다 깊은 교감을 나누고

새들도
자기 소리를 내며
여운을 남긴다.

바람의 소리도
나무 가지에 살랑이
앉아 여유롭다.

너무나도
편해 보이는
돌 바위가 손짓하며
내 옆에 앉자 한다.

그 들의 공간에
들어와 보니
내 안에 온통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이들과 하나 되여 보려고
마음을 비우고
깊은 정적 속에 나를 잠긴다.


< 詩作노트>
종종 집에서 조금 떨어진 외딴 숲을 찾아 갑니다.
오랜 간만에 찾아간 숲은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으로 나를 맞아 줍니다.
차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깊은 정적이 온몸에 젖어 듭니다.
자연의 안식이 내게 스며 옵니다.
참 좋습니다. 평화였습니다.
편해 보이는 바위에 앉아 조용히 나를 풀어 놓았습니다.
내 안에 너무 시끄러운 소리가 있음을 느껴집니다.
자연과 하나 되여 보려고 깊은 침묵 속에 잠기어 보았습니다.  
내 영의 그윽이 깊은데 맑은 가락이 흘러나옴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너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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