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5. 15. 10:54

들꽃

 

 

들꽃       

 백동흠

간밤의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았습니다.
거친 바람에
온 몸이 흔들렸어도
오히려 더 깊이
뿌리를 내렸습니다.

보아 주는 이 없어도
알아주는 이 없어도
그리고 이제 곧 시들어 진다해도
전혀 문제를 삼지 않았습니다.

천박한 땅일지라도
자신의 날
주어진 때
활짝 꽃 피워낸 모습이
너무 대견스럽고
아름다웠습니다.

주어진 날 조차도
피워내지 못하고
불평 원망하는 사람 네들을 보면서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
빈들에 나갔었습니다.
인적이 끊긴 곳에 피어 있는 들꽃을 보았습니다.
거칠고 천박한 땅
물기 하나 없는 메마른 땅에 핀 꽃이었습니다.
거칠고 억세고 투박했지만
제게는 너무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천박한 땅에 피어낸
그 모습이 너무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주어진 날 조차도 피어 내지 못하는
우리들 모습을 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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