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입니다. 설
설입니다. 설
백동흠목사
석 달 그믐날
음력설을 앞에 두고 이 날은 잠을 자면 눈썹이 쉰다고 했습니다.
밤늦게 까지 화투 치고 윷놀이도 하고
빚어 놓은 흰 가래떡으로 화로 불에 구워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도 피웠습니다.
어쩌다 잠이 들면 눈썹에 밀가루를 발라
설 아침에 눈썹이 하얗게 되어 깜짝 놀라기도 한 날이었지요.
차례를 지내지는 않았지만 한 상에 둘러 앉아 찬양을 부르고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기에
두 그릇 먹으면 두 살을 더 먹는 줄 알고 또 먹고 또 먹은 날이랍니다.
설빔 옷을 입고 동네 어른들을 찾아가 세배 드리고
동무들과 어울려 썰매도 타고 팽이도 치고
연도 날리고 자치기도 하고 친척 집을 찾아가 또 떡국을 먹고
설 특선 영화도 보려 간 날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득히 잊혀져 가는 아주 먼 옛 날의
추억이기에 그리움도 삭아 버렸나 봅니다.
멀리 떠나 고향이 그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멀리 떠난 공간적 개념의 장소가 아니라 돌이킬 수 없는 먼 길
바로 “세월” 이 그리운 것이었습니다.
설을 앞에 두고 벌써 2년 째 누워만 계신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어머니 설인데 외가 집에 갈레요?”
“어떻게 가?”
“비행기 타면 되지요.”
“가야 없어. 다 죽었어.”
90이 넘은 어머니의 모습이지만 맑은 눈동자는 그 시절 그 때를 그리듯 했습니다.
돌이켜 갈 수 없는 그 “세월”이 그리운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시 편을 적었습니다.
아늑히
스며오는
사랑의 추억들
이젠
돌이켜 가기엔
너무 멀리
돌아온 길
못내
사랑이
아파서 운다.("세월" 중에서)
이번 설은 주일을 끼고 있었습니다.
백년에 한번 올까 말까한(거짓말 같네요^^) 주일 끼고 온 설입니다. 설
그래서 한 마당 설 놀이 시간을 주일 오후에 갖기로 했답니다.
오세요!
단 노래 한곡 쏠 준비하시구요. 노래방도 있으니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