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글들 2010. 10. 5. 04:05

장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오는 병입니다.



장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오는 병입니다.

저는 한쪽다리가 짧은 흔히 말하는 절름발이입니다.
그러나 저는 학교생활, 직장생활을 이어오면서 더욱더 밝고 쾌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숨어있는 열등감이 불쑥불쑥 솟아올라 며칠씩
 열병을 앓곤 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저에게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어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큰 문 앞에서는 멈춰 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났습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좋은 점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저는 끝이 만나지 않는 평행선이었습니다.
끝내는 좋아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그를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저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그의 솔직함이 만남을 지속시켜 주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 일이 있고부터 심한 우울증과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제게 처해진 현실이 싫고 이렇게 태어나게 한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이런 저의 모습을 보다 못한 부모님께서 저를 병원에 데려가기로 결정하셨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와 엑스레이 촬영을 마친 다음 의사 선생님이 내린 병명은
선천적 고관절 탈골이었습니다.
수술이 가능하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결국 저는 입원을 하였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4시간 30분 동안의 대수술을 끝내고 마취에서 어렴풋이 깨어났을 때
온 식구들이 나를 둥그렇게 에워싸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빙긋 웃어보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고통의 끝은 아니었습니다.
다리 길이를 맞추기 위해 무거운 추를 매달고 물리치료를 받을 때는 찢어지는 듯한
고통 때문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릅니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자처했는지 후회스럽기도 하였습니다.

몇 개월 동안의 병원생활은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병에 걸린 부모에 대한 자녀의 효도, 아픈 자식에게 쏟는 부모의 사랑도 보았고,
고부간에 피어난 애틋한 사랑과 형제간에 아껴주는 마음도 보았습니다.
아끼고 사랑하는 그 모습은 한결같이 아름다움, 그것이었습니다.
꼭 고통스런 병이 인간에게 절망만을 안겨 주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귀한 것은 나보다 더 큰 고통과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과 그런 가운데에서도 꿋꿋하게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필요한 것은 수술보다는 자신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남의 시선보다는 내가 내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한 번 더 저에게 다짐해봅니다. '좀 더 당당해지리라. 타인에 대해서,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지금은 집안에서 꼼작 못하고 누워서 가료중입니다만
지금은 나의 다리의 회복과 상관없이
저 창문 밖의 세상이 왜 이리 설레고 밝아 보이는 지모를 일이었습니다.

장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서 오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인가 봅니다.  

                                 - 푸른들님이 보내 주신 김문영(가명)님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