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 칼럼 2016. 7. 9. 05:01

엔지의 사랑


그 사랑이 차라리 눈물 겹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동흠목사                   

엊그제 전화가 왔습니다.
친구 목사님입니다.
“백 목사님! 우리 엔지가 이제 눈이 안 보이는가봐!”
저는 그 소리 듣고 충격을 먹었습니다.

돌아가신 사모님이 사랑해 주며 기른 개입니다.
이름이 엔지라고 합니다.
귀엽고 명랑하고 응석받이이고 눈치도 빨라 잘 알아듣고
순종도 잘 한다고 합니다.
품종은 말티즈로 영국 황실의 족보라고 합니다.

사모님이 병원에 갔다가 병원 구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엔지는 보았습니다. 
침상에 눕히는 사모님의 모습을 
그리고 힘겨워 하는 사모님의 얼굴을 보더니 
침대에 올라가 얼굴을 한참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그 혀로 할 타 줍니다.  
낑낑 거리며 그렇게 슬프게 울어대더니  
조그마한 자기의 방으로 간 것입니다.
그리고 밖으로 안 나오기를 5일을 그렇게 하더랍니다.
20여일이 지나도록 제대로 먹는 것 없이 시름시름 아파 누워있게 된 것입니다.
가축병원에 데려가 진단을 했다고 합니다.
친국 목사가 한의사이기에 그 진단서를 보고 말하기를 
이 병은 한의학적으로 “담염”이라는 병명이라고 합니다.
담염이란 병은 감정의 상처에서 기인하는 병이라고 합니다.

사모님이 돌아가신 후 목사님 댁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누워 있는 엔디를 보았습니다.
힘없이 누워 있는 모습에 그 눈을 보니 충혈 되어 눈물이 
그 안에 그렁그렁 고여 있었습니다. 
제 자신도 그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비록 개지만 한편으로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아! 어떻게 이렇게 아파할 수 있을까?
마음이 얼마나 아팠으면 이런 병을 얻었을까?

그런 모습을 보며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완악하지 않은가? 
감정이 굳어 버린 존재가 아닌가?
그 사랑의 아픔이 얼마나 컸으면
이제 실명의 고통까지도 감내하는 그 모습이 
차라리 너무 눈물겹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사랑하는 형제 자매여!

패륜의 세대에
감성이 하얀 석고같이 굳어버린 우리네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모습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한 마리의 개이지만 그 사랑의 아픔은 
정말 아름답고 귀하다 생각이 드시지 않는지요?


* 6월30일 엔지는 9년 10개월의 삶을 살고 그렇게

  떠나 갔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모님이 돌아 가신 지 한달이 이제 조금 지난 

 날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