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 13. 01:33

소녀상

소녀상- 열방의 땅 끝에서 부르고 있었습니다.  

                                                  백동흠

어리고 예쁜 사랑스런 우리의 딸이  
지금도 살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그 이유를 알고 있는지요?

응시하는 그 눈동자에 여전히 눈물이
젖어 있음을 아시는지요?

길고 아름다운 댕기 머리가
왜 이리도 무참히 잘려 뜯겨 나간
단발머리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그대는 알고 계신지요?

엄동세월 모진 풍파의 그 험한 그 길을
어찌 맨발로 걸어서
여기까지 와 있어야 했는지요?

어린 소녀에게
무슨 한이 맺혔다고 불끈 진 주먹
피지를 못하고 있을까요?

성노예의 현장에서
당한 그 고통 알아 달라고요?
이미 그 상처와 아픔은
내 운명이 되어 딱정이 지고
또 딱정이 져있을 뿐입니다.

한 맺힌 삶에 대한 보상이라고요?
이 나이에........?
이제는 땅에서의 미련은
조금도 없을 뿐입니다.

나만이 해야 할 일이 있기에
그것이 나의 사명이라 생각하기에    
지금 여기에 와서 앉음을 아시겠는지요!

그것은 반인륜적 행위이기에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되겠기에

너무나 큰 죄악이기에
역사에 덮여서는 안 되겠기에

무릎 끓고 참회하는 그 모습을 통해
보고 싶기 때문이었습니다.

언젠가 부터
인류의 보편적 질서인
인권과 생명의 존엄성을 위해
열방의 사람들이 불러내고 있었습니다.

어리고 예쁜 사랑스런
우리의 딸이 지금은 한국을 떠나
온 세계 민족의 땅에
조용히 자리 잡고 앉아 있습니다.

빈자리 하나를 마련하여
옆에 앉자고 하면서
내 아픔을 느끼어 보자고 하면서  
역사의 교훈을 삼아 다시는 이런 아픔이
이 땅에 생기지 않도록 하자고 하면서

비둘기 한 마리 키우면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열방의 땅 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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