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글들 2010. 9. 13. 14:37

삶은 혼자 걸어 가는 길이 아니란다.



삶은 혼자 걸어 가는 길이 아니란다.  


버스에서 내려 작은 공원을 지날 때 등 뒤에서 어떤 남자가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저… 저기요….” 뒤돌아보니 덥수룩한 머리, 허름한 옷을 입은  
젊은 아저씨가 구부정한 모습으로 서 있었습니다.
경계심 가득한 내 눈빛 때문인지 그는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습니다.
"제게 3천 원만 줄 수 없겠는지요?"
오갈 데 없는 할아버지가 며칠 굶어서 밥을 한 끼 사 드리고 싶은데,
자신도 노숙자라 돈이 얼마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짓말은 아닌것 같다 느꼈지만 왜 남의 돈으로 인심쓰러고 하는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를 도와준다는 생각에 지갑을 열었습니다.
하필이면 천 원짜리가 두 장밖이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5천 원을 꺼내 주었습니다.
그런데 돌아서서 걸어 가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 아저씨도 굶은 지 오래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가던 길을 되돌아가 보았습니다.
그 사람은 한 할아버지를 부축하여 저 건너의 식당으로 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서 식당 창문을 통해 식당안을 살펴 보았습니다.  
음식을 주문하고 할아버지와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문득 1인분의 식사만 주문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판에 배달안내 전화번호가 있었습니다.
휴대전화를 꺼내 식당에 전화했습니다.
잠시 식당 밖으로 나와 달라는 전화 부탁을 받고 식당 종업원이 나왔습니다.
역시 된장찌개 1인분만 주문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종업원에게 5000원을 건네 주면서 된장찌개 하나 더
차려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발 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흐뭇해졌습니다.
한끼의 식사앞에 밝게 웃을 그들의 모습을 보며 왜 내가 기뻐지는지
몰을 일이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내 발만 내려다보며 걸어왔던 움츠린
나의 마음을 누군가가 한 대 툭 치며 말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삶은 혼자 걸어가는 길이 아니란다."


                                     - 한국에서 김진아 님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