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6. 04:08

추석날- 어머니의 송편

어머니의 송편


           백동흠


밀가룬지

쌀가룬지

그것도 모른다.

 

콩보다

깨가 담긴 송편이

더 좋다

 

쫀득한 것이

꿀같이 달다

 

솔잎 향기가

펄펄 하는

어머니의 송편은

 

세월 많이 흘렀건만

지금도 그 맛이

내 안에 살아

맛을 내고 있다



어머니가 넘어지기 전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고향에 가서 고향을 잃어버리고 왔다고 합니다.

고향은 낯선 타향이 되어 있고 그리운 분들은 한 분 두 분

다들 세상을 떠난 나 봅니다.

돌아 와서 하시는 말씀이 고향 가서 고향을 잃어버리고 왔다고 합니다.

 

난 그저 비행기 한 번 타면 다가 갈 수 있는 것이

한국이고 고향이라 생각했는데

그러나 돌아 갈 수 없는 먼 길이 바로 세월임을 깨닫게 됐습니다.

 

넘어 지셔서 병상 생활하시던 중 제가 말씀을 드립니다.

어머니 이제 빨리 건강 회복하시고 한국에 가시고 고향도 가야지요?“

어머니는 답합니다.

고향에 가보아야 다들 떠나고 없는 걸 이제 나도 가야지…….“

내게 남은 한 가지 희망은 하늘나라야 하늘나라그리고 찬양을 부릅니다.

만나보자, 만나보자 저기 뵈는 저 천국 문에서

만나보자, 만나보자 그날 아침 그 문에서 만나자

곡조 없는 찬양입니다.

 

넘어지신 후 5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병상 생활이 이제는 침상 생활로 바뀌었습니다.

몸도 굳어 지셨습니다손도 발도 굳어지셨습니다.

그리고 정신도 많이 흐려지셨습니다.

그런데 얼굴은 평안이 서려 있습니다.

언젠가 꿈속에서는 천국을 거닐었는가봅니다.

그러다가 잠에서 깨어나서

아니 지금 내가 아직 육체 가운데 있네!” 하시는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너무나 평안하게 깊은 잠을 주무십니다.

눈을 뜨면 창 넘어 구름을 바라봅니다.

저 구름 건너편, 고향을 보시는 것 같습니다.

그리운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미 언도도 굳어 졌지만 그 눈동자에는 그리움이 가득 고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돌아 갈 본향을 보는 것 같습니다.

홍조가 띤 불그스레한 얼굴이

영혼의 그윽이 깊은데서 흘러나오는 하늘 평화가 가득한 얼굴입니다.

 

굳어 버린 어머니의 손을 보면서

올해 추석은 어머니가 만든 그 송편이 너무 먹고 싶었습니다.

그때 그 맛이 살아 남면서

다시 먹지 못할 그 때 그 송편이 몹시 먹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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