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30. 15:55

비리의 바다에 세월호는 빠졌다.

 

비리의 바다에 세월호는 빠졌다.
   - 맑은 세월의 바다에
                    아른다운 유람선을 배 띠울 때가지 -


                        백 동흠목사

1

그래
그날 갑자기 이루어진
사건이 아니었지

오랜 세월
물같이 흘러들어 갔지
작은 비리가 흘러들어 갔고
각종 익권이 흘러들어 갔고
불법과 편법이 커넥션 되어
흘러 들어가 어느 틈엔가
거대한 세월의 바다를 이루었지

그 위에서 세월호는
아름다운 유람선 되어
노 젖고 다닌 것이었어.

미래의 어느 날
일어날 엄청난 참사는
그렇게 시작이 됐지

2

그날도
떠나서는 안 될
어둔 안개 바다였지

규정의 4배에 달하는
3608톤의 무게
총 180대의 차량과 화물들
제대로 묶지도 안은 채
무엇이 그리 급한지
3분 만에 훌쩍 떠난 것이었어!

어둔 안개 바다
저 건너 편
죽음이 서려 있는
세월의 바다를 향하여
그렇게 떠났지

3

선장은 1년 계약직의
싸구려 품꾼이었고
선원들은 위기관리나 재난 훈련도
받아본 경험도 없었고
뱃사람의 긍지와 명예도 없었기에
생명의 존귀함도
책임감도 희생정신도 없었겠지
그러기에
재난 시의 기본 상식도 없었고
지켜야 할 수칙도 없었고
위기관리 시스템도 전혀 작동하지를
못 했었던 거야

그건 분명
생명 경시였고
직무 유기이고
도덕 불감증이었고
그냥 온통 부실덩어리로 치장한
남 보기에 멋있게 보인
죽음의 유람선이었던 것이었어!

4

아!
이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심장이 떨리고 마음이 절여 오니
어찌하면 좋을까?
상상이나 했을까?

왜 하필
어린 영혼들이었을까?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며
한창 밝은 꿈을 꿀
어린 우리의 아들과 딸들이어야 했을까?

이런 참혹함과 참담함을
그 누가 예견이나 했을까?

맑고 깨끗한 어린 영혼들을
죽음의 방에 감금해 놓고

사랑하는 가족과 부모들을
절망과 원통의 나락으로
떨어 뜨러놓고
세월호는 세월의 바다
깊은 수렁으로 잠긴 거야

아!
이일을 어찌하면 좋을까?
마음이 절여오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데
세월호를 삼킴
세월의 바다는 조용히
침묵만 하고 있었지  

5

325명의
단원 고등학교 2학년 중
255명의 어린 영혼이
채 피지도 못한
한 송이의 꽃같이 떨어진 거였어!

잠시 갔다 올
추억의 수학여행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게 한 거야
그것이 죽음으로 가는 길임을
감히 누가 생각을 했을까?

누가 뱃속이 안전하다 말했는가?
그렇게 말해 놓고
선장과 선원이 자기 하나 살겠다고
도망쳐 나올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어린 영혼을 포함한
302명의 소중한 생명이
단 한 사람도 구조할 길 없이
그렇게 세월의 바다에 빠져 갈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가 울부짖으며
친구와 친척들이 흐느끼며
우리 모두가 하나의 마음이 되어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며 바랬는데도

실낱같은
한 줌의 희망이라도 건져 내보려고  
그렇게 몸부림 쳤는데
세월의 바다에
세월호는 깊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

6

아!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너무나 갑자기 찾아온 죽음 앞에서
얼마나 두려워했을까?
밀폐된 공간에 물은 차오르고
어둠과 함께 밀려오는 공포의 현장을
저마다 홀로 견디면서 간 그 길이
얼마나 힘에 겨웠을까?

얼마나 그리워했을까?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속 썩인 것 용서해 주세요.”
“살아서 만나요.”
맑고 깨끗한 어린 영혼들이
사랑의 문자를 치면서
순간 스쳐오는 그 다정한 얼굴 그 모습을  
얼마나 미치도록 보고 싶어 했을까?
얼마나 그 품을 그리워했을까?
엄마의 얼굴
아빠의 얼굴

아! 어떻게 그렇게 가야만 했을까?
생각하며 생각할수록
마음이 저려오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아! 이 일을 어찌하며 좋을꼬?
아! 가엾은 우리 아이들아........!!!

7

세월의 바다에 세월호는 빠졌지
오래전부터 흘러들어 온
온갖 비리와 편법들이  
그 세월의 바다에
우리의 아들, 딸들이 빠진 거야

그리고 그들과 함께
우리의 부모도 빠졌어
부모의 마음이 무덤이 된 거야
우리의 가정도 함께 침몰했지

나도 너도 침몰했고
우리 대한민국도 함께 침몰한 거야
8

왜 우리가 죽어야 하느냐?
묻는다면
우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가야하느냐고 묻는다면
뭐라 말해 주어야 할까?

착한 대통령을 탓할까?
권위주의와 찌든 관료 사회를 탓할까?
해수부와 해경,
해군 그리고 안행부의
비효율적 구조를 탓할까?

무능한 품꾼 선장과 선원을 탓할까?
악덕 업주 선주를 탓할까?

그래 맞아
따지고 묻고 규명하고 분석해서
문책해야 하고 엄벌에 처해야 해
그리고 국민적 심판을 받게 해야지
그렇게 해야 해
반듯이 그렇게 해야 돼

9

그러나
가장 엄하게
가장 강력하게
가장 아프고 뼈저리게
문책하고 엄벌을 처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인 것을 알아야 할 거야

왜?
그 아이들을 죽인 것은
그런 비리와 불법이 모여서 만든
세월의 바다였으니깐

나 하나 정직하지 못하고
나 하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슬쩍 눈감아 주고
나 하나쯤이야 하면서 비리에 참여하고
작은 편법과 작은 특혜들이 모여
세월의 바다를 만든 것을 알아야 하지

분위기 잡을 이유도 없지
슬픔 감정과 모습을 보일 이유도 없을 거야
그런 분위기와 감정은 잠시 일거야

정말 가슴이 아프고
정말 마음이 저리면

이제부터 강직해지자고 말해 주고 싶은 거야
이제부터 거짓말하지 말자고 말하고 싶은 거야
청탁도 안 되고 작은 비리도 용납하지
말자고 말해 주고 싶어
불의와 불법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는 거야
나 하나가,
나 하나부터 말이야

나 하나,
나 하나가 모이고 쌓여 흘러들어가
바다가 되게 하는 거야
도덕성이 살아나게 하고
서로 돕고 섬기며 사는 거야
우리 하나 하나가 그렇게 흘러가면서
거대한 세월의 바다를 정화 시켜 나가는 거야
더 이상의 편법도 비리도 청탁도 용납하지
못하는 아름다운 바다를 이루는 거야  
결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노라고
말해 줄 수 있게 하는 거야
나 하나부터 시작하는 거야

10

노란 리본!
꼭 돌아오라고
단 한 사람이라도 돌아오라고
생환을 위한 노란 리본을
이제 바꾸어 다는 거야

“이제 나는 강직합니다.
나에게는 비리도 편법도 청탁도 용납 안합니다.
나 하나가 이것들을 막아 낼 것입니다.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과 딸이 밝게 웃는 그날까지  
나는 노란 리본을 달았습니다.”

나 하나부터 시작하는 거야
강직하고 꿋꿋하게
내가 있어 더 이상의 편법과 비리와 청탁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노란 리본을 다는 거야

사랑하는 우리의 아들, 딸들이 죽어서 살아
밝게 웃는 그날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나 하나부터 삶을 사는 거야

나 하나가 뜻을 품어
백이 되고 천이 되게 하는 거야
그 만만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거야
그래서 세월의 바다를 정화시키는 거지

11

먼 훗날
맑고 청청한 바다 위를
아름다운 유람선을 배 띠울 때
우리의 자손들에게 말해
줄 수 있게 하는 거야

그날
2014년 4월 16일
사랑하는 아들, 딸들이 죽어서 주신
아름다운 역사의 교훈이 있었기에
오늘 이 맑은 세월의 바다 위에
아름다운 배 띠울 수 있었노라고…….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팽목항의 눈물  (1) 2014.05.14
노란 리본이 향기나는 꽃되어  (0) 2014.05.03
유혹  (0) 2013.08.03
가슴에 박힌 못  (0) 2013.06.18
희망과 함께 하는 거예요  (0) 2013.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