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동흠 칼럼 2012. 7. 16. 23:38

너 만큼만 되여도- 반딧불

 

너 만큼만 되여도- 반딧불

                       백 동흠목사

많은 사람들이
세상살이가
캄캄하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캄캄한 세상에
너 만큼만 되어도 좋겠구나!

어두운 밤
풀숲에서 깜박이는
너 만큼만 되어도....”(전생수의 반딧불)

한 신문에 두 분의 죽음의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한분은 63세의 5선위원입니다.
한분은 52세의 농촌 목사입니다.

한분은 유산이 718억원이었습니다.
한분은 남겨 놓은 재산이 없었습니다.

한분의 장례식에 천여 명이 훨씬 넘는 조문객이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어른 키보다 큰 3단 짜리 조화 500여 점으로 장례식장을 빛냈습니다.
한분의 장례식은 지인 몇 사람과 함께 아담하고 아름다운 장례식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분은 화려한 인생으로 화려한 장례식으로 마감했습니다.
한분은 초라한 모습으로 가는 길도 참 소박했습니다.

목사님이 유서 한 장을 썼습니다.

나는 오늘까지 주변인으로 살게 된 것을 감사하고
모아 놓은 재산 하나 없는 것을 감사하고
목회를 하면서 호의호식하지 않으면서도 모자라지 않게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이 땅에서 무슨 배경 하나 없이 살 수 있었음을 감사하고
앞으로도 더 얻을 것도 없고 더 누릴 것도 없다는 것에 또한 감사하노라.
사람들의 탐욕은 하늘 높은 줄 모르며 치솟고
사람들의 욕망은 멈출 줄 모르고 내달리며,
세상의 마음은 흉흉하기 그지없는 때에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노라.
사랑하는 이들이여!
나는 목회자로 살면서 목회를 위한 목회, 교회를 위한 목회를 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한 사람 한 사람 속에,
그리고 우리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목회를 하였으니
여러분들이 앞으로도 계속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를 바라며
우리 모두가 영원한 생명 안에서 어우러질 수 있으리라 확신하노라.

목사님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을 누군가를 위해 기증하셨고
번거롭게 사람을 부르지 말고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서 조용히 내 사모한 주의 나라로
보내 달라고 하시고 돌아 가셨습니다.
바로 이분이 전생수 목사입니다.

저는 이분의 삶과 생활에 대해 잘 모릅니다.
다만 그의 시 한편 “반딧불”을 보고
너무 감동이 됐습니다.

그래요 우린 서로 잘 모를 수 있습니다.
우리 무명한 자이니까요.
그러나 바울은 말했지요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라구요(고후6:9)
땅에서 반딧불같이 조용히 살다가
주님의 나라에서 유명한 사람으로 드러나는 삶
우리 그렇게 살다가 갔으면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살이가
캄캄하다고 하는구나!

이렇게
캄캄한 세상에
너 만큼만 되어도 좋겠구나!

어두운 밤
풀숲에서 깜박이는
너 만큼만 되어도…….